오키크림: 그래서 여기는, 에도- 카부키쵸.

 

"음, 맞아. 담비 인수지. 그냥 그정도로 생각해주는 건 어때? 신령이라던가. 가족사라던가. 이것저것 귀찮아지거든~"

"그래도 괜찮아. 이렇게 살고있으니까. 마냥 평범하지 않게, 그냥 나답게 살고 있으니까. 덕분에."





에도, 카부키쵸.
나는 여기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숲이 울창한 시골과는 많은것이 다른, 에도의 공기를 마시며 거리를 찬찬히 둘러본다.

그렇게 거리를 걷다 작은 집 앞에 멈춰 서.
작은 집이지만, 앞으로는 여기서 살게 될 거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작아도 있을건 다 있고. 아늑하잖아?

나는 크림, 과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골에서 살다, ..에도로 오게 되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혼자 집에 들어와 간단히 정리를 끝내고는, 정처없이 거리를 돌아다닐 뿐이였다.

거리를 걷는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고, 혼자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를 (살짝이지만-) 쳐다본다.
그도 그럴게, 새하얀 머리칼에 살며시 드러나는 동물의 귀. 아무리 천인들도 공존하는 세상이라지만, 아무래도 시선이 갈만 한 모습이겠지.

그런 내가 싫었다. 나는 평범하게 있고싶어.
평범한 가정속에서 적당한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지내고 싶었다. 아, 그게 가장 어려운 걸까?

계속 정처없이 거리를 걸으니, 이런저런 생각과 기억들이 나를 채운다. 물론 대부분이 떠올리기 싫었던 기억들이였다.
무의식적으로 걸으면 걸을수록 고개는 땅을 향한다.

몸이 추욱 쳐저서 거리를 걷는다. 터벅터벅. 앞도 제대로 보지않고 걷다보니-

"어라..? 여기가.. 어디..?"

망했다. 그러게 혼자 사색에 잠겨선 막무가내로 걷는 게 아니였는데!!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두리번 거리는데,
저 앞에서 무언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소동이라도 일어난건지 싶어 그쪽으로 얼른 달려가보니, 경찰들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찰..?"

작게 중얼거리고는 자세히 보려고 앞으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





"저 양이지사들을 잡아라-!!"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니, 양이지사라는 사람들이 경찰에게 쫒기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았다.
잘 알고 있다. 내가, 모를 리가 없다. 점점 사라지고 있는 사무라이들과, 폐도령이 내려진 시대. 막부와 양이지사. 그런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이런 소동이 빈번히 일어나는건가- 하고 제 갈길을 가려는 도중,

... 퍼엉!!!
무언가 엄청난-- 굉음이--!!

_

"그러게 무시하면 안된다고요, 형씨. 어딜 그렇게 급히 도망가신답니까?"

건물이 터지는 듯한 굉음과 폭발을 뒤로하고- 챙 하고 칼이 맞부딫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남자가 양이지사를 붙잡았다. 순식간에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있자니, 신기하고-

"와아아.. 정말로, 이게 갑자기 무슨, 난리..
..앗, 이게 아니고!!"

멍하니 이 광경을 보고 있자니 놀라는 바람에 헛소리가 튀어나와버렸다. 하지만 그도 그럴게, 눈앞에서 폭탄인지 뭔지 건물이 박살나고.. 경찰과 양이지사의 격투를 보자니. 깜짝 놀라 새하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나는 놀란 눈으로 양이지사를 붙잡은 그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사내는 내 말을 들었는지, 끝내 입을 열었다.

"..무슨 난리? 아. 이 자는 테러범입니다. 저는 테러범을 잡은 것 뿐이고요."

그렇게 능숙하게 대처하고는,
그는 아무렇지 않게 무전을 연결했다.
"예, 잡았습니다."

상황을 순식간에 끝내고 여유롭게 무전을 보내는 그를 보자니, 무언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정말..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어.. 경찰이신건가요?"

그러자 그가 나를 의식하고 끝내 입을 열었다.

"..진선조입니다. 경찰이죠. 모르시는 것 같네요, 처음 보시는 분 이신가."

"아아! 이번에 에도로 처음 오게 되서요! 진선조.. 정말로 멋져요! 경찰이신거죠, 그럼? 혹시..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길을 잃어버린.. 사람인데.."

"길을 잃으신 겁니까?"

"네에에.. 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여기가 전혀 어딘지 모르겠는데요.. 처음 와보는거라, 경찰이시라면..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 해서요..!"

"저런. 뭐, 일단 경찰 맞으니까요. 따라오세요."

"앗, 정말요?? 길 찾아주시는 거에요?"

"딱히 찾아드릴만큼 한가한 건 아니지만, 저도 큰 길가로 가는거니까. 이왕 가는거 따라오세요. 큰 길가면 아실 수도 있잖아요."

"..! 감사합니다-!"

아까 전 까지만 해도 길을 잃어서 허둥대며 좌절했던 나는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그 사내를 따라 걸었다.





"얌마, 소고오오!! 또 건물을 부숴버리면 어떡해!!!"

멀리서 흑발의 남자가 언짢은 표정으로 사내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아, 좀 봐주시라구요. 이래봬도 잡았잖아요? 건물이랑 같이 잡았습니다."

"글쎄, 건물은 잡을 필요 없었잖아-."

"..에, 저어.. 대화중에 죄송하지만, 큰 길로 나온 것 같은데 아직도 어딘지 모르겠는데.."

옥신각신중인 두 사람이였지만, 나는 일단 어떻게든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조심히 묻자, 흑발의 남자는 그제서야 내 존재를 눈치챘는지 나에게 물었다.

"음? 이쪽은 누구지?"

"앗. 길을 잃었다가 도중에.. 큰 길쪽으로 안내하겠다는- 이 경찰분을 따라 왔는데요.."

"길을 잃었다면 에도는 처음인가?"

"네! 이번에 와서, 에도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길은 잘 모르겠네요.."

"이 근방을 전혀 모르는 건가? 어떻게 걸었으면 이 근방을 아예 모를 수가 있는거지."

그 흑발 경찰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나는 그걸 듣고 무의식적으로 아까 걷다 일어난 일을 이야기 해 버렸다.

"아.. 그게, 계속 걷는데, 어째 기분나쁜 하트 표지판이 달린 곳-(주: 그렇고 그런 곳.) 에서 어떤 분이 황홀한 경험을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무섭게 권유 하셔서 도망치듯 계속 걸었던 기억밖에.."

그러자 그 흑발 경찰은 한숨을 쉬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하아. 어쩔 수 없네. 이러다 그런 곳으로 끌려갈 바에야.. 일단 둔소쪽으로 같이 이동하도록 하지.
일이 끝났으니 대원들도 모두 돌아가라."

"아, 따라가면 되는 건가요?"

"그래. ..소고, 나는 마저 곤도씨와 네가 깨부순 건물 얘기를 해야겠으니 네가 이 분 좀 챙겨봐라."

그렇게 말하고는 흑발 경찰은 앞쪽으로 걸어갔다.

"아, 귀찮은데."

소고라는 그 사람은 말없이 내 옆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사내를 따라 가만히 걷다가, 결국 침묵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말을 걸었다.

"저어, 혹시 진선조..라는 이 경찰분들요,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앞으로 에도에서 살아야 하는데 그래도 어떤 분들이신지 알고 싶어서요! "

"에도의 평화를 지키는 특수경찰입니다. 양이지사 사냥에 특화된 검술 경찰이죠."

그렇게 간단히 진선조에 대해 소개한 그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저쪽 멍청해보이는- 아까 마주친 검은머리 경찰은 히지카타 토시로. 인정할 수 없지만 부국장(:부장)이죠. 그 옆에서 이야기하고 계신분은 곤도 이사오. 국장입니다.
저는 1번대 (:돌격부대) 대장 오키타 소고."

"와아- 특수경찰이시군요.. 여러모로 대단하세요. 에도에는 이런 양이지사분들의.. 테러가 빈번한건가요?"

"꽤나 많이 일어나죠. 아, 그쪽 소개는 못 들었던 것 같은데. 그쪽은?"

"저는.. 크림이라고 불러주세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이번에 에도로 이사오게 되었습니다! 이제서야 소개드리네요.. 잘부탁드려요!"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나는 그를 보며 활짝 웃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며 역시 계속 웃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군요, 크림 씨. 특이한 이름이네요. 곧 둔소쪽으로 도착하는데 아직도 길 모르시나요?"

"어.. 헤헤..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금방 일 끝내고 들어가시는 길 같은데, 피해를 끼쳐서 정말 죄송해요."

나도 참. 이사 첫날부터 길을 잃어버려서 경찰분들께 폐를 끼친 느낌이 들었다.
더이상 남한테 피해를 주기는 싫었다. 그런 건 딱 질색이고, 또 떠올리기도 싫어. 정말 그저 평범하게- 아무렇지 않게-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이다.

"피해는 아니고요. 일단 진선조 둔소네요. 다 왔습니다."

"아, 여기가 둔소군요! 음.. 이 근방은 살짝 익숙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이제 어떻게 집을 찾아가지- 하던 도중, 히지카타라는 그 부장이 걸어와 말을 꺼냈다.

"그래. 둔소에 도착했는데. 아직도 길을 모르는 건가?"

"아하하.. 익숙한 느낌은 드는데요, 아직 잘.."

"..아무리 그래도 또 그런 이상한 곳(주: 그렇고 그런 곳)에 잡혀가게 내버려 둘 바에야 길을 찾아주는게 낫겠지.
소고, 네가 데려왔으니 네가 길을 찾아주고 와라. 제발 그 김에 순찰도 좀 돌고."

"귀찮은데요."

"귀찮으면 일을 그렇게 다 배째도 괜찮은거냐? 일이 우습냐?"

"제가 우습게 보는건 히지카타씨 당신뿐이라니까."

"얌마, 진짜 한번 겨뤄? 칼 꺼내 이 자식아!!!"

옥신각신하는 둘사이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나를 봤는지, 곤도 이사오. 그러니까, 국장이라는 사람이 와 상황을 종결시켰다.

"토시, 그만 진정해~ 소고 너도. 그래. 이분은 그 길을 잃으셨다는 그 분?"

"네에.. 저 때문에 번거롭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더이상 폐를 끼치면 안될 것 같아요, 이만 제가 직접 걸어가 보는 게-"

"아닙니다! 그럴 필요는 없죠! 길을 잃었다는 아가씨분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안그러냐, 소고! "

"..."

"토시는 업무가 많으니까, 소고가 순찰 겸 같이 가 드려. 에도는 처음이라니까 소개도 좀 시키고. 이제 이 에도의 시민이시라면, 우리가 지켜드려야지! 그렇지? 하하하!"

큰 목소리로 우렁차게 말하는 곤도씨는 순식간에 둘을 진정시키고 히지카타씨를 데려갔다. 소고씨한테 나를 부탁하고 말이다.

"..아. 죄송해요.. 정말로요.. 저 때문에 순찰업무가 늘어나신.."

"..아뇨. 순찰업무는 원래 있었지만 제가 안하던 것 뿐입니다."

"엣?"

"땡땡이도 제 일이라서요."

"그, 그런가요.. .. 그래도 부럽네요, 다들 좋으신 분들 같아요! 이런 곳에서 일하시는 진선조 분들이나.. 아직 많이 모르지만, 에도사람들도요!"

"그런가요. 그렇게 느끼셨다면 다행히네요. 어쨌든 일단 길을 찾아보죠. 따라오세요."

"아앗, 네! 정말 감사해요-!"

그렇게 나는, 그를 따라 걸었다.
이 에도라는 곳은, 카부키쵸 거리는. 여기서의 생활은, 무언가 행복이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이름이, 소고. 소고구나.
다행히, 양이지사인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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